단순히 음악을 듣던 이어폰을 첨단 스마트 기기로 만들어낸 비결은 무엇일까. 정답은 나와있다. 반도체다. 스마트폰, 시계, 컴퓨터에 이어 이어폰까지 이어지는 애플 전용 반도체는 특유의 폐쇄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결합을 통해 경쟁사가 따라오기 힘든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ㅣ
애플의 핵심
에어 팟 프로 2는 'H2'라는 SoC(System on Chip) 반도체를 품고 있다. 애플도 이를 중요하게 강조한다. 이어폰, 스피커라면 당연히 드라이버가 핵심이다. 보통의 이어폰이라면 음질을 최우선 기능을 홍보하는 것이 보통이다. 애플은 반도체를 포함한 이어폰이 음질이 더 좋은 이어폰과의 비교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시한다.
애플의 H2칩
애플이 제작한 반도체들은 자세한 성능이나 제원을 알기 어렵다. 아이폰 14프로에 새로 사용된 A16칩, 에어 팟 프로 2에 사용된 H2칩은 최신 제품인 데다 애플의 비밀 주의로 상세한 내용을 알기 어려웠다. 그나마 3년 전 선보인 H1칩을 통해 H2의 성능이 어느 정도 개선됐는지 추정해 볼 수 있다. H2는 H1에 비해 두배나 많은 10억 개 이상의 트랜지스터를 집합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십 년 전 구형 모델이지만 아이폰의 심장이었던 칩이 이어폰으로 들어왔다. H2칩의 경우 3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졌을 것으로 파악된다.
이어폰과 헤드폰만을 위한 설계
H계열 칩은 영국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애플이 개발했다. 오로지 이어폰과 헤드폰만을 위해 설계됐다. H칩은 블루투스 무선 연결, 음원 디코딩 처리를 위한 DSP(Digital Signal Processing), 각종 센서 관리 등의 기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애플은 H1칩이 초당 200회의 연산을 한 반면 H2칩은 4만 8000회의 연산 능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프로세싱 파워가 늘어난 만큼 더욱 정확한 소음 제어가 가능해졌다. 애플은 에어 팟 프로 2의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성능이 2배 늘어났다고 한다. 수치를 귀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분명 H1칩을 사용한 기존 에어 팟 프로에 비해 신형 에어 팟은 주변 소음을 더 많이 걸러냈다.
애플은 이어폰이 청력을 떨어뜨린다는 편견을 거부한다. 오히려 에어 팟 프로 2를 콘서트장에 쓰고 가라고 조언한다. 청력에 손상을 줄 수 있는 큰 소리는 걸러주고 현장의 음악을 그대로 즐길 수 있게 해 준다는 설명이다.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소리는 마이크를 통해 H2 칩을 거쳐 처리된다. 반도체 성능 향상은 또 다른 이점을 제공했다. 애플 측은 H2를 통해 새로운 노이즈 캔슬링을 선보였다. 적응형 주변음 허용 기능이다. H2칩은 소음 중에서 사이렌 소리, 전동 공구 등 유달리 시끄러운 소리만을 제거해 준다. 소음은 줄이 돼 대화 소리를 더 크게 들을 수 있는 선택권도 제공한다.
조금 더 진화
사용시간, 통화시간도 대폭 늘어났다. 이 역시 더욱 미세화된 H2칩 공정 탓으로 볼 수 있다. 반도체는 더 좁은 선폭으로 제작될수록 크기와 전력 소모가 줄어든다. 반도체 공정기술의 발전만으로도 같은 성능의 칩을 더 작은 크기로 제작할 수 있다. 모바일 기기의 경우 미세 공정 반도체를 선호하는 이유다. 애플이 설계한 반도체는 대만 TSMC가 제조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애플의 경쟁자
H칩의 경쟁제품도 있다. 퀄컴, 미디어텍, 브로드컴, BES도 비슷한 칩을 만든다. 애플과 경쟁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사용할 이어폰에 사용할 수 있는 칩이다. 에어 팟 프로와 경쟁하는 삼성의 갤럭시 버즈는 중국계 브로드컴, BES의 칩을 사용했다. 퀄컴 칩도 최신 성능을 자랑한다. 퀄컴은 영국 CSR를 인수해 모바일 기기용 오디오 칩 분야에 공을 들여왔다. 안드로이드 진영도 대안 SOC가 있다는 뜻이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스마트폰 업체들은 애플만큼 이어폰에 반도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의지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 점을 애플이 잘 파고들어서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애플과의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애플은 자체 생산한 반도체를 자사 제품에만 사용한다.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해 적용해도 막대한 판매량은 부담을 덜어준다. 경쟁사는 이어폰을 위해 전용 반도체를 제작하기 어렵다. 다른 칩을 사려고 해도 입맛에 딱 떨어지는 반도체를 구하기 어렵다. 범용 제품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다. 반도체를 구했다고 해도 소프트웨어와 결합하기 위한 노력이 결부돼야 한다. 이런 격차가 애플 에어 팟과 다른 이어폰을 차별화하는 부분이다.
댓글